예~전에 아직 대학원을 다니지 않던 뉴비 시절에 전우치에 대해서 간략하게 나마 쓴 적이 있지만 그때 보다 좀더 자세하게 기록하고 싶어서 다시 포스팅을 하게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전우치 완전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먼저 역사적으로 전우치는 조선 중종 때의 실존 인물로 본관은 담양(潭陽)이라고 합니다. 다만 실존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조선왕조실록>같은 역사서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종 야담집에 기록된 인물이며 야담은 일종의 소문을 기록한 책이라 무조건 덮어놓고 실존인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홍콩할매귀신 처럼 예전에는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믿어졌지만 알고보면 사실이 아닌 단순히 소문속의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각종 야담에 기록된 그의 모습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송와잡설(松窩雜說)>
전우치는 해서(海西) 사람인데 배우지 않고도 글에 능했다. 사람들은 그가 도술을 행사할 수 있고 귀신을 부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현감(縣監)이길이 전우치와 친했는데, 이길의 집 종이 부평(富平)에 있는 농장에 가서 일을 하다가, 이웃사람 10여명과 함께 나쁜 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길이 평소에 친분이 있던 전우치에게 악귀를 쫓아 병을 낫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전우치는 병난 종을 마을 뒤 높은 정자에 앉혀 놓고, 그 아래에 가서 무엇을 쫓는 것 같은 시늉을 하면서 소리쳤다. 그러니까 10여 명의 환자가 모두 일시에 병이 나았다.

<송와잡설>에서는 귀신을 부리는 힘으로 병에 걸린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옛날에 병에 걸리거나 아픈 것은 사람의 몸에 귀신이 들어와서 그런 것이라 믿었고 전우치는 귀신을 부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몸속에 들어온 귀신을 쫓아내 이를 치료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도사보다는 게임에 등장하는 위치닥터 같은 이미지다.] 
<어우야담>에는 전우치에 대한 여러가지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우야담(於于野譚)>
1 - 전우치는 송경의 술사로, 책을 모두 외우고 있었다. 집안 일에는 관심이 없이 산수간을 돌아다녔는데, 둔갑술을 행하고 귀신을 부렸다.
재령의 군수 박광우와 친한 사이였는데 어느날 박광우에게 감사가 보낸 공문과 편지가 전달되었다. 그 내용은 조정에서 전우치의 요환을 미위해 놓치지 말고 꼭 잡아 죽이라는 내용이었다. 차마 전우치에게 말 못하고 있다가 얘기하고느 전우치에게 피하라고 말하니, 전우치는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이날 밤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그런데 이듬해 죽었다던 전우치가 부친의 집에 나타나 책을 가지고 갔다. 지금 개령군에 전우치의 묘가 있다.

2 - 전우치가 친구집에 놀러가니, 친구들이 천도복숭아를 얻어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전우치는 어렵지 않다며 가느다란 줄을 100발 쯤 가져오라 하고는 공중에 줄을 던지니, 줄이 공중에 매달렸다. 이어 동자를 불러 “이 줄 끝까지 올라가면 거기에 벽도(碧桃 : 푸른 복숭아)가 많이 열려있으니 따서 던져라.” 라고 말했다.
동자가 줄을 타고 올라간 후 조금 있으니 벽도 복숭아가 잎과 함께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모두들 맛있게 먹었는데, 조금있으니 공중에서 피가 떨어지고 동자의 팔과 다리, 머리, 몸체 등이 떨어졌다. 전우치는 “천도를 지키는 하늘 사자가 천제에게 보고해 동자를 죽였구나.” 하면서 내려가 떨어진 동자의 몸체를 주워 모아 뭉치니, 다시 종자로 변해 일어나 달아났다.

3 - 송기수가 낙봉 아래의 신광한의 집을 방문하니, 한 포의객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신광한이 송기수에게 이 손님이 전우치라고 소개하니, 송기수도 만나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반가워했다. 이어 신광한이 전우치에게 “송공을 위해 한가지 도술을 보여줄 수 없겠소?”라고 물었다. 전우치가 웃고는 밥알을 입안에 머금고 뿜으니, 밥알이 모두 나비가 되어 펄펄 날았다.
[전우치 사오정 설....]
이후 도술로 백성을 현혹 시켰다는 명목으로 잡혀와 신천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이후 친척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보니 관이 비어있었다.

이처럼 전우치는 다양한 도술을 부리는 존재로 등장하며, 도술을 사용한다고 믿어지는 또 다른 인물인 서화담 그리고 윤군평과 비교되거나 관련되는 기록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전우치가 부리는 것이 도술이 아니라 사람의 눈을 속이는 환술일 뿐이라 서화담에게는 감히 대적할 수 없고, 윤군평에게도 져서 죽음을 당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전우치가 윤군평에게 패배하여 죽은 이야기는 <해동이적>과 <천예록>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동이적>
전우치가 소년시절에 천년 묵은 요호로부터 무덤속에 있던 책을 얻어, 그로써 환술을 배웠다고 했다. 전우치는 두루 서울을 돌면서 재상 부녀자들을 간음하다가 이것이 발각되어 도망쳤다. 그리고 성문에 크게 써 붙이기를 “백만 장안에 정녀(貞女)는 하나 없다.”라고 방을 붙였다. 전우치는 서화담과는 겨루지 못했고, 윤군평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즉 여우의 책을 얻어 환술을 익혀 그 환술로 장안에 있는 모든 여성들을 다 따먹고 돌아다니는 음행을 하다가 윤군평에게 당해 죽었다는 심플한 내용입니다.
[도술익혀서 한다는 것이 부녀자 간음인걸 보면....] 
<천예록>에서는 전우치가 윤군평에게 당하낸 내용이 보다 상세하게 나오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천예록>
윤군평은 무인 재상으로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이인을 만나 이술(異術)을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도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
한편 전우치는 요술로 서울의 남에 집에 잠입해, 예쁜 부인이 있으면 본 남편으로 둔갑하여 음행을 하고 다녔다. 이에 사람들이 괴로워 하니, 윤군평이 이를 제지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전우치가 이를 미리 알고 피하면서, “내가 하는 것은 환술에 불과하지만 윤세평은 진정한 신선이다.”라고 말했다.
하루는 전우치가 아내에게 “오늘 윤세평이 나를 잡기 위해 우리 집으로 올 테니, 멀리 외출했다고 하고 절대로 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지 말아라.”라고 말한 다음, 작은 벌레로 변해 엎어놓은 독 밑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런데 저녁에 한 여인이 나타나 전우치를 찾았다. 그래서 집안 사람들이 멀리 외출했다고 말하니, 여자는 “나는 이 집 주인과 오래 사귄 정인인데, 오늘 다른 약속이 있어 외출하니 좀 전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때 안에서 듣고 있던 전우치의 부인이 화를 내어 남편을 꾸짖으며, “이 남자는 나를 속이고 밖에서 여자를 만나면서 엉뚱하게 윤군평 얘기를 했다.” 라고 말하며 몽둥이로 독을 때려부수었다. 그러자 안에 숨어 있던 벌레가 드러나게 되었다.
이때 밖에 있던 여자가 순식간에 왕벌로 변하거니 독 밑에 숨어 있던 벌레에게 달려 들어 독침으로 쏘아 죽였다. 그러자 벌레는 다시 전우치가 되어 죽었고, 왕벌은 멀리 날아갔다.

이처럼 전우치는 자기 입으로 자신은 윤군평을 이길 수 없다고 했으며 대결을 피하기 위해 숨었으나 그것마저 간파당해 윤군평의 이간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리고 만다.
<동패낙송>에서는 <해동이적>에 기록된 전우치가 여우의 책을 얻는 내용이 보다 자세하게 나오며 서화담에게 당하는 이야기 역시 볼 수 있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패낙송>
진사 전우치가 젊은 시절 산속 절에 들어가 독서를 하는데, 그 절에는 누구나 들어가서 자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방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전우치는 겁도 없이 그방에 들어가 촛불을 밝히고 책을 읽었다. 밤이 되자 한 여자가 나타나 그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전우치가 거들떠 보지도 않으니, 여인은 전우치가 읽던 책을 억지로 덮었다,
전우치는 미리 상자 속에 준비해둔 주사(朱砂 : 붉은 모래)물 묻힌 노끈 뭉치를 꺼내 여인을 묶어 들보에 매달아 놓고 독서를 계속했다. 여자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새벽닭이 울 무렵이 되니 더욱 아우성을 치면서 보배를 줄 테니 살려 달라 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절 뒤 절벽 사이에 열려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한 초당이 있고, 초당 안 상 위에 책이 놓였으니 그것을 가지라 했다. 그래서 전우치가 가서 그 책을 가지고 와 보니 신기한 기서였다.
전우치는 책에 붉은 주사로 점을 찍어가면서 읽었고 4, 5장 정도가 남았다. 이때 묶어둔 여인이 하도 슬프게 애원해서 풀어주니 여인은 밖으로 나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집에서 부친이 별세했다는 부고가 왔다. 부고를 들은 전우치는 그 길로 집으로 달려갔으나 아무 일도 없었다. 여인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전우치가 다시 절로 돌아가보니 그 책의 주사를 칠한 부분은 찢어져 있고 읽지 못한 부분은 가지고 가버렸다. 그렇게 전우치는 그 책을 다 읽지 못하여 완전한 도술을 습득하지 못했다.
전우치는 그 책으로 익한 요술로 많은 불법적인 행동을 자행했다. 하루는 재상 집에서 잔치를 하는데, 많은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취해 잠이 들었다가 깨어 보니, 집은 간 곳이 없고 풀숲 사이 돌 자갈밭에 누워 있었고, 먹은 음식은 모두 말과 돼지의 똥이었다.
[전우치님이 주신 경단의 맛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하루는 전우치가 서화담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마주앉아 있는데, 갑자기 앉은 방이 바다로 변해 파도가 출렁이고, 고기와 용이 물속을 왕래했다 그러나 서화담은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잠시후 전우치가 인사하고 일어나 나가려고 문을 여니, 사방이 험준한 산으로 막혀 가시밭과 암벽이며, 호랑이와 독사가 가로막아 나갈 수가 없었다. 전우치가 아무리 자기의 신술을 행사해도 길이 뚫리지 않아, 할 수 없이 서화담 앞에서 절을 하고 빌었다. 이때 서화담은 “네가 요술을 감히 어른 앞에서 시험을 하니 죽어 마땅하며, 결코 용서할 수 없다.”라고 꾸짖었다. 이에 전우치가 죽을 죄를 지었다며 사죄하니, 서화담은 비로소 길을 틔워 보내주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많은 분들은 의아한 생각이 들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우치의 이미지가 어떠한가요? 도술의 명수며 그 도술도 악당들을 혼내주고 나쁜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는 의적이며 영웅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기록을 보면 부녀자들을 건드리고 다니는 난봉꾼이며 그러다가 윤군평이나 서화담에게 처참하게 발려 채면을 구기는 장면을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우치의 영웅적이거나 의적의 면모는 다 가짜인가 하면 그것 역시 아닙니다. 전우치에게 영웅적인 요소가 추가되는 것은 바로 그를 주인공으로 한 고전소설인 <전우치전>입니다.
<전우치전>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대부분의 유형이 <동패낙송>의 줄기를 따라가며 거기에 살이 붙은 경우가 많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우치전>
전우치의 어머니인 최씨부인은 신선의 시중을 들던 동자가 구름속에서 내려오는 태몽을 꾸고 전우치를 낳게 된다. 전우치는 어릴때 부터 제주가 남달랐는데 여우구슬로 자신의 정지를 흡수하려던 여우의 구슬의 스승인 윤성을 지시대로 삼켜버리는데 그 후 제주가 더 뛰어나게 된다.
[여우구슬은 원래 먹은 뒤 처음 보는 것과 관련된 것을 통달하게 되는 재미있는 아이템인데 여기에서는 다순한 스펙업 부스터 정도로 간소화 되어 나왔다.]
이후 세금사라는 절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소문을 들은 전우치는 그곳을 찾아가니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전우치에게 구애를 하였다. 전우치는 이를 받아주는 척 하며 과부에게 독주를 계속 먹여 취하게 한 뒤 포박하였고 움직이지 못하는 여우의 몸 이곳저곳을 송곳으로 찌르며 살고 싶다면 여우구슬을 내놓으라고 했다. 이에 여우는 구슬보다 더 좋은 천서 세권을 주겠다고 했고 전우치는 여우로부터 천서를 받고 여우를 풀어준다.
첫번 째 천서를 다 읽은 전우치는 그 책에 부적을 붙이고는 두번째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한 선비다 찾아왔으니 어린 시절의 스승인 윤공이었다. 그는 전우치에게 “이 책은 선비가 읽어서는 안되는 것인데 네 어찌 보느냐?”라며 다그쳤고 전우치가 당황해서 말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윤공이 사라졌으며 천서도 한권 사라졌다.
뒤이어 전우치 집의 유모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와 어머니의 부고를 전했다. 놀란 전우치가 집으로 돌아갔으나 어머니응 아무이상이 없었고 천서가 또 한권 사라져 있었다. 전우치가 부적을 붙여둔 단 한권의 책 말고는 모두 다시 가져간 것이었다.
[술먹고 잠들어 허무하게 잡힌 녀석 치고는 속임수와 낚시에 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한권의 천서 만으로 귀신도 헤아리기 어려운 술법을 익힐 수 있었기에 전우치는 이때부터 도술로 임금을 속여 훔친 금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거나, 곤경에서 구해주었으며, 거만한 선비를 혼내주는 등 영웅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후 자신의 친구가 동네 과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사병으로 죽어가자 그 과부를 보쌈하여 구름을 타고 친구집으로 가다가 강림도령과 마주치게 된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전투를 기대했지만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아 전우치가 일방적으로 발린다....]
강림과 마주치자 마자 전우치의 도술이 풀리며 땅으로 떨어졌고 이에 전우치가 칼을 뽑자 칼이 갑자기 백호로 변해 전우치에게 달려들었고, 백호를 피하려고 하나 다리가 땅에 붙어 움직일 수 없었으며, 변신하려고 했으나 변신도 할 수 없었다.
전우치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나 이는 죽어가는 친구를 살리기 위한 일이라며 용서해달라고 싹싹 빌었으나 강림도령은 어느 곳에가면 그 친구의 이상형인 처녀가 있을 것이니 그녀를 중메시키고 보쌈한 과부는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라고했다. 그렇게 전우치는 친구의 상사병을 고칠 수 있었다.
이후 서화담이 도술이 높다는 말을 들고 화담 선생을 찾아가 인사를 한 전우치는 그곳에서 화담선생의 동생인 용담과 만나게 된다. 

×
Drag and Drop
The image will be downloaded